백팔 봄날은 간다
작성자  자운영 작성일  2016-06-05 pm 01:06 출력하기 메일보내기

2주 만에 사천리 집에서 하룻밤 잤다

마당에는 풀이 무릎을 넘는다

목이 다 잘려가는 누렁이가 꼬리를 친다

고향으로 돌아가자거나

전원이 장무하고 황폐하니 수사는 너무 멀다

108배를 다시 올린다 두 달째

소요하는 말들을 반복해서 무릎꿇리며

구배 십팔배 33천 49배 지나

내 나이 57배에 이르면 산다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숫자로 치환되기도 하는가

60진갑 육십사 주역 효에 87년 항쟁

그 드높은 함성마저 두 손으로 받든다

살짝 등에 땀이 배인다

세상살이 부모이웃 아내에게

내가 올린 땀의 공양은 몇 방울이나 될까

산 너머 남쪽으로 날고픈 새들의 날개를 접고 또 접는다

세상의 끝에서 나는 어떤 접지를 할 것인가

99배 넘어 여전히 남은 사뇌 안은 채

몸도 정하니 백팔배 마치고 나서

어찌 내게 하염없는 기대 안고

허리 휘어지도록 먹바위 산골 마흔 배미 논

남조 할아버지와 함께 일구던 부처님

경자 석자 아버님과 십리산길 다리 절며

담배보따리 이고 넘어 오시던 어머님관세음보살

불효자식 눈물도 탄식도 훌훌 두 분께 삼배를 올린다

이십 오년 전 눈 가물하니 날 점안하셨던

하동 정씨 장모님에게도 깊이 뉘우쳐 삼배

이쯤에서 끝내도 되련만 뒤늦은 관성으로

세 형님에게 속절없는 우애를 갈구하고

이제 못된 인연이 연리지가 되어달라

아내에게 남몰래 삼배를 건낸다

내게 온 축복 아들 해인이에게도

마땅히 삼배를 더 얹는다

더 낮게 엎드리는 마음 꼭 붙잡으라

나에게 마지막 한 배를 접는다

잠시 비워두면 온갖

듬성듬성 풀을 베고 개밥을 덜어 준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 해장도 거르고

간단히 얼굴을 씻는다

아는 선배와 첨찰산에 오르기로 했다

그 형은 6월이면 오디를 탐낸다

나는 참딸기나 찾으련다 아들이 아주 좋아한다

그 옛날 아버지는 이맘때

병풍바위 아래 싹바우골 무논에 다녀오면서

산보리똥 붉은 열매 주렁주렁한 가지를 꺽어와

쌍계사 대웅전 협시보살 흐믓한 웃음으로 건내주셨지

앞산엔 산딸기꽃이 엣사랑의

수많은 약속처럼 하얀 과녁을 피워낸다.

 

 

 

 

-마음도 첩첩 섬마을 물도 첩첩

사흘전엔 자운 곽의진선생 소천 2주기맞아

임회면 탑립마을 그 집에 작은 술 한 병 들고 찾아갔었다

 

그분에게도 입배 한 절

그렇게 봄날은 간다.

2016년 6월 5일



관리자 2016-06-06
항상 아름답고 정겨운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첨찰산 등산하는날 하산길에 쌍계사 종무소에 들리슈
좋아하는 막걸리는 아니지만 따끈한 차한잔 대접하리다.
덧글을 입력하시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게시물 수정 게시물 삭제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63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여울.. 2016-12-05 165
262   선 가 귀 감 여울.. 2016-12-05 114
261   그 땐 그랬지 여울.. 2016-12-02 84
260   손가락을 보지 말고 곧 바로 달을 보라 여울.. 2016-11-29 80
259   무 심 여울.. 2016-11-29 76
258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동안거 결제 법어 (1) 여울.. 2016-11-23 58
257   수행정진 한 길 걷는 원칙주의자 여울.. 2016-11-23 67
256   말을 하기 전 먼저 생각해보라. 여울.. 2016-11-20 50
255   헛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하여 여울.. 2016-11-16 110
254   무소유 여울.. 2016-11-13 162
253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여울.. 2016-11-10 246
252   진정한 보시 일곱가지 여울.. 2016-11-08 190
251   당시의 기도 자운.. 2016-08-26 295
250   백팔 봄날은 간다 (1) 자운.. 2016-06-05 484
249   정견당 자운.. 2016-05-08 449
[1] 2 [3] [4] [5] [6] [7] [8] [9] [10] ...
  전체보기
새글 작성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