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그랬지
작성자  여울목 작성일  2016-12-02 pm 04:44 출력하기 메일보내기

스무 살  때 쯤  동창생이 바나와 코펠에 밥하는 걸 배웠다고

같이 밥해 먹으러 가자고 했다.

'맛있겠다, 근데 니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같이 가도 되겠나...'

우쨌든 같이 가서 바나에 불을 피웠는데

바람이 너무도 거세 바람막이를 찾는다고 찾은 것이

쓰레기 소각장 담벼락.

돼지고기 삼겹살까지 구워 밥보다 누룽지가 더 많은 그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지나가며 '어이구, 이 추위에...'

멀뚱멀뚱 그 분을 마주보며 우리가 이상하게 보이시나 했었다.

 

그 동창생과 결혼을 했고

서로 우당탕탕 성장통을 겪으며 나이가 들었고

절에 다니게 되면서 이제 와서 보니

밥 해먹던 그 자리가 통도사계곡, 그 분은 스님.

 

차 타고 휙 지나가면서도 그 때 그 자리가

여긴가 저긴가 찾기도 한다.

우리를 바라보시고 별 말씀이 없으셨던 그 스님...

그 분의 마음을 헤아려볼 정도는 된 걸까.

 

모든 것은 변한다, 제행무상.

현대과학이 이해한 말은 진화.

진화에는 방향성이 있다.

순간순간 방향의 선택에 격렬함과 치열함이 있었겠지만

항상 그 선택이 옳았기 때문에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또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통도사 계곡에서 고기를 굽던 나를

그저 바라만 보고 계셨던 그 분은 아마도 희망을 갖고 계셨던 건 아닐까...

지금은 저래도 세월이 지나면

저 놈이 다시 와서 이 절에서 절을 할 것이다. 라고....

 

   ---통도사에서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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