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는 친절
작성자  여울목 작성일  2018-01-06 pm 03:33 출력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2017년 1월에 올린 글이 수정 중 잘못으로 삭제 되어 다시 올립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인가?
불교도 기독교도, 혹은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사랑하다’는 매우 아름다운 말입니다.
‘사랑하다.’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사는,
이웃과 남을 ‘돕다.’입니다.
자신에 대한 염려에 앞서 남을 염려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자기밖에 모른다면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주변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거의 모두가 이기적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앞에서 끼어들어 오겠다고
신호를 주면 양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끝까지 양보하지 않는 별난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같이 흘러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인데도 마음이 굳게 닫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양보할 수 있음에도 모른 척하는 것입니다.
분명 서로에게 좋을 리 없고,
마음이 개운치 않을 텐데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구절입니다.
‘친절은 두 존재의 연결이며,
가까워지려는 소망이고,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를 타인과 나누려는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친절은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불교적인 세계관으로 보면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해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과거의 어떤 원인과 조건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나를 미워하고 해치려는 사람의 마음
역시 과거의 원인과 조건에 의한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그 원인과 조건을 미워해야지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친절한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합니다.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지구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감을 누리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번 여름 안거 기간 동안 ‘친절’을 화두 삼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저에게 “스님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 가풍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노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저와 허물없는 사이여서 노스님 방에 자주 가고 했는데,
어떤 여성 신도가 와서 늘 노스님에게 안마를 해 주었습니다.
발도 주무르고 팔도 주무르고,
허리 어깨 할 것 없이 밤이 늦어
삼경이 가까워지도록 안마를 했습니다.
이것은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스님의 상좌도 자기 은사 스님처럼
젊은 여성 신도에게 똑같이 안마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결국 절이 발칵 뒤집혀서
그 스님을 배척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행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습관이 됩니다.
업이란 하나의 습관입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던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몸뚱이는 길들이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나쁜 길이 안 들도록
미리 단호히 끊어 버려야 합니다.
인정사정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풍이라 할 것은 없지만, 두세 해전의 일입니다.
이 절에 빚이 많고 형편이 어렵다고 하니까,
어떤 업자들이 절에 납골당을 지으면 어려움을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며 주지 스님과 저를 유혹했습니다.
설계도까지 가지고 와서 몇 차례나 졸랐습니다.
이 절을 만들 때 맑고 향기로운 도량,
또 가난한 절을 원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 이념에 맞지 않았습니다.
납골당을 만들면 돈이 쏟아져 들어와서 신도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덜어 줄지 모르지만,
그것은 진정한 도량이 아닙니다.


이 절의 신도들은 깊이 명심하십시오.
스님들은 절에서 한때 머물다 가지만,
신도들은 대를 이어 도량을 지키고 보살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릅니다.
신도들이 맑고 향기롭게 지키고 가꾸려는 의지를 잃지 않으면,
그 도량은 누가 와서 살든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됩니다.


물질이 많아서 흥청거리는 절을 더러 보셨을 것입니다.
그곳은 청정한 부처님 도량이 아닙니다.
돈 많은 절에 가 보면,
스님들 눈빛부터가 다릅니다.
그곳은 절이 아니라 장사꾼들 장터입니다.
그런 도량이 적지 않습니다.


불교가 처음 우리나라에 올 때
돈과 절을 가지고서가 아니었습니다.
간절한 부처님의 마음과 자비심을 가지고
교화하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그 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절들이 생기고 도량이 생겨난 것입니다.


저의 또 하나의 가풍으로,
주지 스님과 대중 스님한테 늘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절 일꾼이든 스님이든,
대중을 받아들이는 것은 제가 간섭하지 않을 테니
여기 사는 스님들이 알아서 하되,
누구든 자의에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내보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저와 의논하라고 했습니다.
일단 이 도량에 들어왔으면 같은 식구입니다.
같은 법의 형제입니다.
그런데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내보내는 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이 절에는 우리가 이 도량에 오기 전부터 살았던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 오염된 대기 중에 나무들이 있기 때문에
도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제 허락 없이 나뭇가지 하나라도 자르지 말라고 늘 당부합니다.
나뭇가지가 건물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있거나 할 때는,
면밀히 검토해서 두고두고 지켜본 뒤 꼭 필요한 경우에만
나무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그늘지고 습하다고 해서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됩니다.
늘 당부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와서 산 생명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스님과 불자들이 도량을 가꿀 때,
그곳은 진리의 빛을 발합니다.
이곳에 오면 모두들 좋아합니다.
여기 머물고 정진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그만큼 안으로 청정하게 정진하고 있어서,
그 빛이 저절로 이 도량에 비쳐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것을
마음에 거듭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2004년6월2일 여름안거 해제 법문』-

-----공주 상왕산 원효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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