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작성자  여울목 작성일  2018-04-13 pm 04:08 출력하기 메일보내기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시봉하고 살 때입니다.
당시 소납은 꽃을 키우는 사람은 마음 나쁜 사람이 없다는
운허 스님의 말씀을 듣고 거의 90개에 달하는 분재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운 스님을 모시고 출타 후 돌아와 보니
꽃이 모두 말라 죽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꽃을 키우는 일에 대한 한 말씀도 않으셨던
큰스님께서 조용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40년 시봉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인 준엄한 꾸중을 들었습니다.

"네가 꽃을 사랑하느냐?"
"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라 죽이고, 자유자재로 클 수 있는 나무를
네 입장에서 가위로 자르고 철사로 동여매고 나무의 괴로움은
생각지 아니하고 네 생각대로 만들어가서 되겠느냐?

한번이라도 나무의 입장에 서 봤느냐?

네 자신이 아니라 나무의 입장에 설 수 있을 때 그때 꽃을 키워라."

나의 입장보다 남의 입장에 서서 사물을 바라보라는 큰스님의 가르침을
저는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가 불안하고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합니다.
소납은 이 어려움의 시작이 남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들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오늘날 사회는 자기 주장이 너무나 뚜렷해서 남의 사는
모습이야 아랑곳하지 않으려 합니다.

남을 이해할 수 없는 사회가 어찌 정이 넘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겠습니까?

때로는 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남의 사는 모습에
눈길을 주기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내 자신이 아니라 나무의 입장에 설 수 있을 때
그때 꽃을 키우라 하시던 자운 큰스님의 대자비심을 기억합시다.

우리도 꽃 한송이 가꾸고 이 생을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로사 혜총 스님 글 중에서 옮김----


***혜총 스님은 현재 감로사 주지 스님으로 계심

*** 소납 : 글을 읽는 상대에 대해 자신(글 쓴이)을 겸손하게 낮추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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